토익 공부를 할 때 오답노트는 꼭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래서 틀린 문제를 공책에 적고, 정답과 해설도 열심히 정리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하면 점수가 빨리 오를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비슷한 문제를 계속 틀렸고, 오답노트는 점점 두꺼워졌는데 점수는 그대로였다. 나 역시 한동안은 오답노트를 열심히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공부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문제는 오답노트를 쓰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답노트를 쓰는 방식에 있었다.

틀린 문제를 적기만 했던 습관
처음 오답노트를 만들었을 때는 틀린 문제를 그대로 옮겨 적었다. 문제와 보기, 정답, 해설까지 전부 적으면 공부를 많이 한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그러나 며칠 뒤 다시 오답노트를 보면, 내가 왜 이 문제를 틀렸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이미 해설을 적어두었는데도 같은 유형의 문제를 또 틀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오답노트는 ‘무엇이 정답인지’만 적고, ‘왜 내가 틀렸는지’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법 문제를 틀렸다면, 정답이 무엇인지보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헷갈렸는지가 더 중요하다. 단어를 몰라서 틀렸는지, 문장을 끝까지 읽지 않아서 틀렸는지, 비슷한 표현에 속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나는 예전에는 정답만 적고 끝냈다. 그러니 다음에 비슷한 문제가 나오면 또 같은 방식으로 틀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토익은 비슷한 함정을 반복해서 내는 시험이다. 따라서 틀린 문제를 단순히 적는 것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습관 때문에 틀렸는지를 같이 적지 않으면, 오답노트는 그저 또 하나의 공책으로 끝나게 된다.
오답노트가 점수로 연결되지 않았던 이유
오답노트를 열심히 써도 점수가 오르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한 번 쓰고 다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문제를 틀리면 오답노트에 정리하고, 그 순간에는 완벽하게 이해한 것처럼 느꼈다. 그러나 며칠 뒤에는 다시 새로운 문제를 풀고, 이전 오답노트는 거의 열어보지 않았다.
오답노트는 쓰는 것보다 다시 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오답노트를 쓰는 데에만 시간을 쓰고, 복습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오답노트는 ‘내가 열심히 공부했다는 기록’은 될 수 있어도, 실제 점수에는 연결되지 않는다.
또한 너무 많은 내용을 한 번에 적는 것도 문제였다. 예전의 나는 문제 하나를 틀리면 해설을 길게 써두었다. 그러나 글이 길어질수록 다시 보기 싫어졌고, 결국 오답노트를 펼쳐도 어디가 중요한지 찾기 어려웠다. 오답노트는 길게 쓰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같은 문제를 보면 바로 떠올릴 수 있게 짧고 정확하게 써야 한다.
예를 들어 “because와 because of를 헷갈림”, “문제를 끝까지 안 읽고 바로 답 선택”, “Part 3에서 첫 문장 놓침”처럼 한 줄로 적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토익 점수는 많은 내용을 적는 사람보다, 자기가 반복해서 틀리는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더 빨리 오른다.
다시 틀리지 않게 만드는 정리법
오답노트를 다시 만들기 시작한 뒤부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문제를 길게 옮겨 적지 않았다. 대신 틀린 이유를 한 줄로 적었다. 예를 들어 “단어를 몰라서 틀림”이 아니라, “reserve를 예약하다로만 알고 있어서 틀림”처럼 내가 실제로 어떤 부분에서 헷갈렸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었다.
또한 문제를 틀린 유형별로 나누었다. 예를 들어 문법 실수, 시간 부족, 단어 착각, 지문을 끝까지 안 읽은 경우처럼 비슷한 이유끼리 묶어두었다. 그러자 내가 어떤 문제를 반복해서 틀리는 사람이었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어려운 문제를 못 푸는 사람이 아니라, 쉬운 문제도 급하게 읽어서 틀리는 사람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공부 방법도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오답노트는 매일 새로 쓰기보다, 자주 다시 보는 방식으로 바꿨다. 시험 전날에는 새로운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내가 자주 틀렸던 이유를 다시 읽었다. 그러면 시험장에서 비슷한 문제가 나왔을 때, 예전처럼 바로 틀리지 않게 된다. 토익 오답노트는 많이 쓰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틀리지 않게 만드는 사람이 가장 잘 쓰는 것이다.